노동이야기/노동이야기

총연맹 위원장님의 절절한 호소의 글입니다. 이호소가 하늘에 다았는지 합의문이 나왔습니다.

이월인생 2011. 6. 1. 10:09

마지막 진보연석회의에 앞서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훈

한 일간지를 읽다가 오늘이 1778년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가 사망한 날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 볼테르의 관용에 대한 사상을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가 이렇게 말한 적은 없다는 군요.ㅜ.ㅜ

어쨌든 내일이면「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이하 진보연석회의)」가 국민들과 약속했던 최종합의문을 발표하기 위한 마지막 회의를 하게 됩니다. 5월26일 오전 8시부터 진행된 5차 연석회의가 자정을 훌쩍 넘겨 27일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을 하고도 최종합의문을 마련하지 못한 이후 각종 언론에서는 ‘사실상 결렬’ 이니 ‘애초부터 안 될 줄 알았다’ 는 등 별별 기사와 이야기들이 많았지요.

하지만 저는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진보연석회의를 참가하면서 단 한순간도 ‘결렬’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구요?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몇몇 당 간부들이나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가 아닌 민중들의 한결같은 염원이며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어떤 거부의 명분도 민중의 염원과 시대적 요구보다 앞설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며, 이를 거부했던 세력이 역사의 주인이 된 적이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남아있는 쟁점들이 결코 쉬운 문제들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쉬운 문제였다면 분당이라는 아픔이 있었겠는가!’, ‘아니 어려운 일이니까 우리가 반드시 해결하자.’ 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운동하는 자로서 ‘영광’입니다. 운동이라는 것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일. 그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지요.

또한 협상은 어렵습니다. 저는 단위노조위원장을 마치면서 ‘쉬웠던 것은 파업이고, 어려운 것은 협상, 그 중 제일 어려운 것은 투쟁과 협상과정을 조합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 이었다는 반성을 한 적이 있습니다. 노사협상. 어렵습니다. 그것은 조합원의 요구와 자본의 요구가 적대적 모순관계인 한계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협상의 대표들은 결코 적대적인 관계의 당사자들이 아닌 고통 받는 민중들을 대표한 동지들입니다.

따라서 이번 협상의 모든 이익은 오로지 노동자 민중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승자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각 당의 대표, 제 단체의 대표로서 참여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민중의 이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민중의 지도자들입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지금 참여하고 있는 단체의 구성원보다 훨씬 많은 민중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한다면 현재의 조건에서 제출되는 몇 가지 쟁점이 과연 우리가 극복하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개량이 필요할 시기에 개량을 하지 못한다면 혁명의 시기가 도래해도 혁명을 지도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과제 앞에 탄압받는 민중들을 대신하여 드리는 노동자들의 마지막 호소입니다.